안현미 / 홈스쿨링 소녀
안현미 / 홈스쿨링 소녀 소녀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고문받는 꿈을 꾸다 착륙했다고 했다 그 꿈은 몇번째 생의 5교시였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오늘 내게선 과학실 비커에 담긴 알코올 냄새가 난다 비극적인 냄새가 난다, 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혼자 놀란다 안녕, 하고 당신은 서울역 앞에서 손을 흔들었지 우리는 오랜 역사가 먼지처럼 쌓인 다방에 앉았지 나는 그때도 사무원이었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 이렇게도 해보는 거지 누군가는 도착하고 누군가는 떠나고 우리는 쌍화차를 마셨었나? 당신은 남반구에 다녀올게, 라고 말했지 다음 생에 다녀올게, 라고 말하는 것처럼 심상하게 나는 당신을 한 계절은 의심하고 한 계절은 원망하고 한 계절은 욕하고 한 계절은 술을 따라주었지 누가 만든 ..
2020.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