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계영 / 대관람차
유계영 / 대관람차 가방 속에 하나 이상의 거울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줄곧 웅크렸던 귀가 툭 풀어질 것 같다 귓불에 살점이 붙던 시간은 왜 기억나지 않을까 바람이 태어난다고 믿게 되는 장소 부드러운 거절을 위해 빼곡이 심어놓은 나무들 세상의 모든 미로는 인간의 귀를 참조했다 누구도 자신의 귀를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뭐라고? 미로 속에서 소리치는 사람들이 메아리와 같이 희미해지네 거울의 내부에는 가방의 내부가 있고 바람의 내부에는 헝클어진 머리카락 매달린다는 것은 동심원의 가장 먼 주름으로 사는 것 막다른 벽이라 생각하세요 결국 빠져나갈 거라면 최대한 긴 과정을 출구 앞에 펼쳐놓을 것입니다 귓속에 이름이 쌓여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 내 이름을..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