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 비정성시(非情聖市) ― 그대들과 나란히 무덤일 수 없으므로 여기 내 죽음의 규범을 기록해둔다
김경주 / 비정성시(非情聖市)* ― 그대들과 나란히 무덤일 수 없으므로 여기 내 죽음의 규범을 기록해둔다 비 내리는 길 위에서 여자를 휘파람으로 불러본 적이 있는가 사람은 아무리 멋진 휘파람으로도 오지 않는 양이다 어머니를 휘파람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대대장을 휘파람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간호사를 휘파람으로 불러 세워선 안 된다 이것들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이것이 내가 여기 들어온 경위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음악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은 휘파람을 잘 분다 해가 뜨면 책을 덮고 나무가 우거진 정원의 구석으로 가서 나는 암소처럼 천천히 생각의 풀을 뜯을 것이다 나는 유배되어 있다 기억으로부터 혹은 먼 미래로부터. 그러나 사람에게 유..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