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인 「마진 콜」
소원의 밀도가 너무 높아 곪아버린 귓바퀴를 은하수에 씻느라 바빴단다 그새 인간들이 빌고 또 빌어서 이제 너희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단다 아직도 질척하구나 롯데리아에 온 기분이다 내가 말 걸고 싶어지는 이들은 그래, 너처럼, 아무것도 빌지 않는 아이란다 눈동자는 도시의 불빛으로 환하지만 새벽 백사장의 포말만 생각하고 빈약한 가슴에는 별 없는 우주를 채워 넣은, 속이 까맣고 낯이 하얀 너란다 떨지 말렴 이건 스팸메일도 아파트 안내방송도 아니니 그러니 물을게 너 네가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끝날 것 같으니? 여기서 너를 밀어 봤자 부서지지도 않을진대 몸이란 거 으깨지고 마는 거지 소소하게…… 그래도 재가 되면 훨씬 가벼워질 테니 다이어트는 성공하겠구나 아니 떨지 말렴 너는 유리로..
2022.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