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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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 병원
윤동주 /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윤동주 / 병원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2020.12.27 -
최형심 / 파티에 맞는 얼굴을 팝니다
최형심 / 파티에 맞는 얼굴을 팝니다 턱 선이 날렵한 당신. 수술자국은 턱 안쪽에 있어 안전합니다. 1번 김태희 2번 황신혜 3번 송혜교… 2번을 선택한 당신. 2번 얼굴이 after와 before를 비교하며 거울 앞에서 잠시 고민하는 것을 들여다봅니다. 꺼져있던 이마가 볼록, 주걱턱과 튀어나온 앞니는 사라졌습니다. 완벽한 황신혜입니다. 저절로 입꼬리가 귀밑까지 올라갑니다. 순간, 웃음까지 꿰매버린 의사를 어금니로 질근 씹어봅니다. 오늘밤 book party를 위해 차라리 1번 김태희가 될 걸 그랬다고 잠시 후회합니다. 가벼운 머리에 톱밥을 꾹꾹 채워 넣는 당신. 뽕으로 빈 머리를 채우는 일이 지겹다고 진저리를 칩니다. 그래도 파티에는 황신혜가 더 낫다고 위로합니다. 약간 유행이 지난 얼굴이지..
202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