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신 「리플리컨트 노트」
다음번 잠은 깔끔하게 넘어갔으면 좋겠다 나는 왜 자꾸 눕지 스르륵 날리지 허리에 흰 천을 감고 내려앉고 싶다 온도가 달라지는 빛을 겪으면서 조금 더 자라고 싶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손의 모양이 달라진다 투명에 가까워진다 생아편이 들어 있는 식물을 가꿀 시간은 없겠지 아늑하고 느리게 이빨을 뽑고 아가미를 달 것이다 낯선 숨을 머금고 너의 꿈속으로 불쑥 찾아갈 것이다 알약을 모으고 신발을 정리했어요 바람이 기다란 머리카락을 갖고 싶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하면 당신이 나를 자주 떠올릴 수 있을지 나를 걱정해주던 그 눈빛으로 내 이마를 쓸어준다면 좋을 텐데 아주 깊은 잠에 빠질 텐데 깨어날 때마다 사라지는 등 평생 불안에 떨며 뛰어다니던 영양은 어느 날 무리에서 이탈하기로 작정했다 내심 ..
2021.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