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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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 봉급생활자
이현승 / 봉급생활자 우리는 나가고 싶다고 느끼면서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면서 더 간절해진다. 간절해서 우리는 졸피뎀과 소주를 섞고 절박한 삶은 늘 각성과 졸음이 동시에 육박해온다. 우리가 떠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가 이미 바깥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이 바로 망명 상태이다. 얼음으로 된 공기를 숨 쉬는 것 같다. 폐소공포증과 광장공포증은 반대가 아니며 명백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되묻는 습관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다음 절차이기 때문이다. 저것은 구름이고 물방울들의 스크럼이고 눈물들의 결합 의지이고 피와 오줌이 정수된 형태이며 망명의 은유이다. 그로므로 왜 언제나 질문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어제 꿈에 당신은 죽어 있었..
2020.03.09 -
이현승 / 웰컴 투 맥도날드
이현승 / 웰컴 투 맥도날드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하루아침에 나는 맥도날드에 앉아 있다. 노구를 감싸줄 누더기를 가지런히 두 봉지에 담아 24시간 받아주는 무심한 친절을 찾아왔다. 중광 할머니와 지구방위대와 맥도날드 할머니*가 아니라도 삶이란 누구에게나 순간이동인데 창밖으로 지나가는 흉포한 겨울바람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면서 불시착한 나의 삶이여. 쪼그라든 엉덩이를 스탠드의자 깊숙이 박아넣고 앉아 새벽 네시의 피로한 거리를 본다. 쫓아도 쫓아도 파리떼처럼 엉겨붙는 졸음들. 악업도 선업도 졸음 상태가 되면 뭉개지는 새벽의 얼굴들. 고개를 처박고 검은 액체의 표면에 가라앉아 흔들리는 얼굴을 본다. 맥도날드의 커피는 싸고 양이 많다. 환하게 불 밝힌 통유리 안쪽 졸다 깨..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