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추억에게 그 계절들과 그 골목이 있다. 흘러가도 흘러가도 두려운 것은 너를 잃은 내가 고작 나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진이 없었을 적에는 인간의 추억이 이 지경까진 아니었을 텐데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 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이응준, 애인, 민음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