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나 / 연애
신미나 / 연애 비가 올 거라고 했고 우산을 가지고 나오겠다고 했다 당신은 우산을 착착 접은 뒤 사거리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건널 것이다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은 어쩐지 희미해 눈을 감으면 4층에서 1층까지 차례로 전등에 불이 들어온다 티스푼으로 뜬 것처럼 빗물이 파낸 작은 홈들이 길게 이어진다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약지에 흰 띠가 남아 있다 신미나 / 연애 (신미나, 싱고, 라고 불렀다, 창비,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