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 상실의 시대
김하늘 / 상실의 시대 너의 앙가슴이 너무 추워서 나는, 나도 모르는 외계어로 너를 애무한다 침대 위의 너와 나, 고양이들, 재떨이, 검은 브래지어 한 번 더 서로의 혀를 꼬며 우리의 낡은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입술이 뱉는 밀어가 수북이 쌓이면 수증기를 통과하는 물고기처럼, 너의 분홍색 엉덩이가 흔들린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우리의 언어를 고민해 본다 좀 더 사적인 마음으로 칫솔질을 하는 네가 귀여워서 입가에 묻은 거품을 엄지로 닦아 준다 나의 성기가 왼쪽으로 휘고 있다 욕실 가득 거룩한 촛불들이 술렁인다 상상임신을 한 여자처럼 구역질이 났다 너는 내 등을 가만히 쓸어 주고 불빛들은 우리의 알몸을 희끗희끗 노출하고 나는 따갑게 다시 너를 안는다 우리는 미래를 조금씩 상실해 가며 사랑을 나눴다 ..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