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 성탄목 ― 겨울 판화 3
기형도 / 성탄목 ― 겨울 판화 3 크리스마스트리는 아름답다 그것뿐이다 오늘은 왜 자꾸만 기침이 날까 내 몸은 얼음으로 꽉 찬 모양이야 방 안이 너무 어두워 한 달 내내 숲에 눈이 퍼부었던 저 달력은 어찌나 참을성이 많았던지 바로 뒤의 바람벽을 자꾸 잊곤 했어 성냥불을 긋지 않으려 했는데 정말이야, 난 참으려 애썼어 어느새 작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네 그래, 고향에 가고 싶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지만 사과나무는 나를 사로잡았어 그 옆에 은박지 같은 예배당이 있었지 틀린 기억이어도 좋아 멀고먼 길 한가운데 알아? 얼음 가루 꽉 찬 바다야 이 작은 성냥불이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 어머니는 나보고 소다 가루를 좀 먹으라셔 어디선가 통통 기타 소리가 들려 방금 문을 연 촛불 가게에 사람들이 몰려..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