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후 「피오르드의 연인」
아름다운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어려웠다 개와 물푸레나무 울타리와 트랙터 발작과 키스…… 하염없는 것들의 견고한 사랑으로 이루어졌으니 종종 당신의 예외가 되고 싶었던 모양 고전 속 은유들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내일이 무표정으로 찾아오는 것은 당신의 단골손님처럼 살아간다는 것 불 끄면 푸줏간은 이토록 무서운 곳인데, 물컹 꼬리를 밟고 우는 것도 정작 나뿐인 곳에서 위험한 쪽을 내다보지 않는 우리의 아늑함을 애태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서재에서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내가 숨길 것이 더 많아지는 일처럼 당신을 사랑한 이들이 두고 간 수많은 편지는 미응답 속에서 각자 품어온 열매를 베어 물게 했다 나는 나만 겨우 매달 수 있는 텅 빈 나무를 기르느..
20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