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정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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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신 「홍콩 정원」
끊긴 꿈으로부터 재생되는 살점 * 날개를 가지런히 접어놓고 결정하지 못했지 육교보단 모텔이 모텔보단 강물이 낫겠지 거기 예술가 너를 뭐라 불러야 하지? 장화 속 거머리들, 대형 비닐 봉지, 라벤더 비누 중력을 두려워 마 시간과 속도의 문제일 뿐이야 음악이 잊게 해줄 거야 * 네가 피어난 자리 나는 약간 휘청거렸다 살을 만져봤다 분장을 하고 객실에 얌전히 있었는데 따듯한 나라로 이동 중이었는데 진통제, 염주, 플랫슈즈, 기차표, 미술관 입장권 나를 찾는 데 도움이 될까요? 살아버렸습니다 빠르게 다 살아버렸어요 해부하고 마시는 것은 나의 취미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한 날이 있어요 * 옷깃을 잡거나 사과를 떨어뜨려도 나는 알 수가 없는데 이슈가 필요한데..
2021.04.26 -
정우신 「베이스캠프」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염소 발목을 부러트려 십자가를 만들었다 우리는 눈보라의 어디쯤을 짚어보고 있을까 난로 위에서는 물이 끓고 나는 네가 기타 가방에 그려놓은 동물이 오길 기다렸다 뿔과 날개가 있고 다리가 없는 그 동물, 우리의 얼굴이 반반 섞여 있는 그 동물 내가 위태로울 때면 너는 따듯한 술잔을 들고 꿈에 나타났다 우리는 머나먼 바다까지 흘러가기도 하고 사냥당한 염소 가죽을 뒤집어쓰고 별을 바라보곤 했다 침낭 지퍼를 머리끝까지 잠그고 죽음의 두께에 대해 생각했다 네가 먼저 갔듯이 눈발은 발자국을 오래 남기지 않는다 기도를 하다가 멈추면 눈이 쌓이는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정우신, 홍콩 정원, 현대문학, 2021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