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 황색 날개를 달고 우리는
김중일 / 황색 날개를 달고 우리는 우리는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제 난 이렇게 날개까지 버젓이 달았는데. 수천개의 초록 혀를 빼문 마로니에 그늘이 작고 깊은 못을 만들고 있다. 그 안에 우리가 철새처럼 둥둥 떠 햇볕같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던 오후. 아직 내뱉지 못한 말들을 둥글게 만 혀가 입술을 뚫고 위협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딱딱하고 뾰족한 혀는 시나브로 구부러진 부리가 되었다. 아직 새장 속을 빠져나오지 못한 말들이 마구 뒤엉키며 구구꾸꾹. 이별을 말하기엔, 지금 이곳은 너무 밝잖아, 사람도 많고, 시끄러워. 서로를 붙잡으려는, 두 팔이 이미 견갑골 속으로 꺾여들어가, 몸속의 장기를 믹서처럼 휘젓고 있다. 즙액처럼 눈물 콧물이 흘러나왔다. 온몸의 장기가 몇배의 중력을 받으며 썩은 사..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