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인 / 금요일에서 온 사람
김경인 / 금요일에서 온 사람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기억하지는 않아요 나는 절룩거렸고 나는 뒤로 걸었고 어제는 청어를 먹고 드라이브를 떠났어요 가시 많은 고슴도치처럼 껴안았죠 우리에겐 지도가 없었고 난 어제, 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지만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건 오른쪽이나 왼쪽일 거예요 흙먼지 속에서 뿌옇게 지워진 내가 걸어왔다면 아마 거길 거예요 사람들은 아주 가끔 신기한 듯 물었죠 너는 참 이상하게 걷는구나, 길을 끌고 다니듯 그건 아마 내 안의 길들이 무릎 아래로 끌어당기기 때문이겠죠 당신이 걷는 길에 내 발자국이 찍혀 있다면 끝나지 않는 골목과 높은 담들 늙어서도 울고 있는 아이를 지나 그렇게 왔을 거예요 그건 긴긴 금요일의 길 위에서였을 거예요 김경인 / 금요일에서 온..
20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