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 직유법

2020. 3. 13. 16:45同僚愛/이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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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 직유법

당신이 이쪽으로 걸어오자

저편 세상이

그림자처럼 어두워졌다

당신이 여기 있어

텅 비어버린 세계에 대해

비 맞는 벤치같이 나는 하릴없어서

늘 한 사람이 모자라는 세계 속으로

떠나보내 주었다

멀리 당신을 등대처럼 놓아주었다

아주 잊지는 않은 기분으로

내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물수제비같이 떠가는 것을 보며

저기 당신이 있어

이편 세상의 어둠 속에 파이는

등댓불의 환한 괄호마다

미아처럼 나는 하릴없이

직유를 던지며 놀았다

당신같이 당신처럼 당신인 듯이

 

 

 

이현호 / 직유법

(이현호,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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