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 여기 사람 아니죠

2020. 6. 25. 10:51同僚愛/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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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 / 여기 사람 아니죠

북국 해변 아니다

유럽식 전원주택 거리를 걸어 봤다

그는 말했다

텔레비전에 나왔던 유명한 동네죠, 한끼줍쇼, 그 프로 봤어요?

대뜸 문 두드리는 건 무례한 일 아닌가요? 태곳적에서나 가능했을 일인데

텔레비전도 보며 살아야 대화가 된다고 했다

근처에 푸른 얼음 떠다니는 인공 호수가 있었지만

볼수록 이상하고 염세적인 여자라며 여기서 이만 안녕하자고 했다

더 야위고 더 창백한 여자가 서 있다

이상하게 가게 거울들은 수척히 반영한다

어디서 왔어요?

외투를 벗으라 하며 미용사가 물었다

외국에서 자주 듣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우물쭈물하는데

머리를 자르면 긴 얼굴이 더 길어 보일 거라고 했다

사투리를 쓰면 웃는 사람이 많다

진주 가는 건데, 꼭 지방 내려가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산이나 천당처럼 지대가 높은 곳도 아닌데 서울 올라오라고들 말한다

터미널에 도착했다 집에 다 와 간다

택시 기사가 묻는다

손님, 처음 왔어요? 여기 사람 아니죠?

 

 

 

김이듬 / 여기 사람 아니죠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민음사,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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