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2020. 12. 10. 09:34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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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흘러내리는 안경을 치켜든다

먹구름이 자꾸 손찌검을 한다

안경이 다시 흘러내리고

뿌옇게 번진 빌딩들이 중얼거린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

나를 내리깔기에 바쁘다

우산을 쓴 광대들이 히죽거린다

이젠 그 웃음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오늘따라 바람이 적대적이다

떨리는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니

옅어져, 어쩌면 멈췄을 심장을

비틀대는 몸으로 실컷 때려댄다

채앵­- 채앵- 챙-

귓가에 풍경소리가 울린다

아직도 히죽대는 것을 보니 저들은 들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여전히 나는 저 구슬픈 소리를

나는 듣고 있다

새들의 젖은 지저귐과

채앵- 채앵- 챙-

분명하게 들리는 평온한 울음소리를

 

 

 

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편집부, 시사문단 9월호, 시사문단,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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