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 「부평」

2021. 1. 3. 10:44同僚愛

728x90

 

 

 

처음 가본 도시에서는 두리번거리게 된다. 높게 쌓아 올린 어떤 냄새가 정수리를 잡아당긴다. 그곳은 버스의 도시였다. 다친 무릎에 빨간약을 바르듯 버스는 도로를 물들였다. 해가 강을 넘어 바다에 닿을 때 사람들은 투명한 무릎을 벤 채 눈을 감았고 곧 떠야 했다. 부평이었다. 고개를 들면 점점 커지는 욕망들이 걷잡을 수 없는 몸짓을 하고 정수리에 침을 뱉었다. 서쪽으로 아니 동쪽으로 그 가운데에서 우리는 빨갛게 물들어간다. 정수리가 사나운 시절을 지나 빨간 속살을 드러낼 때까지 우리는 두리번거린다. 모든 도시는 초행이다. 냄새가 난다. 넘어지는 사람들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침을 삼킨다. 소독약이 도로를 빨갛게, 무릎 그리고 닫은 눈꺼풀 사이로.

 

 

 

from Alexander Popov

 

 

 


 

 

 

서효인, 여수, 문학과지성사, 2017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응준 「안개와 묘비명과」  (1) 2021.01.04
서효인 「진주」  (1) 2021.01.03
윤동주 / 병원  (1) 2020.12.27
기혁 / 노련한 강물과 오늘의 슬픔  (1) 2020.12.21
김병언 / 조현병의 풍경  (1) 20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