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 「안개와 묘비명과」
2021. 1. 4. 14:00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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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추억에게
그 계절들과 그 골목이 있다.
흘러가도 흘러가도 두려운 것은
너를 잃은 내가 고작 나이기 때문이다.
아직 사진이 없었을 적에는
인간의 추억이 이 지경까진 아니었을 텐데
아무리 궁리해 본다 한들
타인보다 낯선 것이 내 뒷모습이다.
묘비명은 단 두 줄.
하루는 지나갔다.
인생은 지루했다.
이응준, 애인, 민음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