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커트 피스」
2021. 11. 7. 16:12ㆍ同僚愛/정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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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다 철교를 따라 걸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연이은 불행
찢기고 찢긴
삶은 고통이었지만 예술은 그만큼 아름다웠다는 이야기
용기로 삼고 싶지 않다
등에 한가득 짐을 진 사람이 저 앞을 걸어간다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 뉴욕에서 쿠사마 야요이는 반품된 커다란 작품을 들고 40블록을 걸었다
어디서 네 작품을 볼 수 있니?
오랜만에 만난 이가 전하는 다정한 안부
시집은 구천원, 원한다면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도 있어 관람료는 없고 공짜야
말하고 길을 나서는
나보다 앞서간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가 계속해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천천히 머리칼을 적신다 안개처럼
도시를 산책하던 아흔살의 쿠사마 야요이는 휠체어를 멈추고 노트를 펼쳤다
문득 떠오른 작은 생각 때문에
정다연, 서로에게 기대서 끝까지, 창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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