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혁 「모호한 슬픔」
2022. 1. 17. 18:46ㆍ同僚愛/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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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전화가 있었나 봐요,
감추어 둔 희망을 들키는 기분
미래는 너무 많은 오늘을 약탈해 가고 있다
결국 너는 쥐가 난 슬픔
쥐가 난 왼손을 오른손으로 만졌을 때의 낯선 감촉 같은 거
이제 너는 공휴일에서 제외된 기념일 같다
한 여자애의 전화번호를 암기하는 일
너에게 없던 비립종 같은 걸 사랑하는 일
애인이 너의 이름을 발음할 때
멀미가 느껴지는 일
사랑은 왜 오전과 오후 사이에서만 기생하는지
이런 불가능한 시간이라니
운명이 뿌리고 간
겨우 한 자밤의 슬픔에 나는
이렇게도 엄살을 부리나
아직도 나, 내가 낳은 슬픔을 두고 훗배앓이 중
어쩔 건데,
이런 감정
모든 연애의 끝은
궁금한
궁금하지 않은
부모님의 굴욕 같은 거
나의 절망 역시 사행성이 짙습니다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촉망받는 우울
미안해
이제 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네 울음의 계이름 같은 거
이건 말하자면,
기묘한 표정의 슬픔 한 마리를 포획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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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파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