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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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펑펑 울고 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창밖에 없는 것들을 믿었다면 더 멀리 갈 수도 있었겠지 어떤 것은 오래됐고 어떤 것은 새것이었다 한쪽 눈을 감으면 다른 빛이 열리는 것처럼 견딜 수 없는 낮과 밤이 구겨진 백지로 버려지는 아침 참았던 분노는 왜 아이가 어질러 놓은 방바닥에서 시작되는가 두 눈을 껌뻑이며 너는 왜 색연필을 뒤로 감추는가 색종이 조각을 줍는가 능숙하게 화를 받아 내고 비 맞은 개처럼 정물화처럼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가 반복되는 용서 앞에서 얼마나 더 무참해질 수 있는가 잠이 들면 나를 제외한 몸들이 밝아 오는 희고 깨끗한 자작나무로의 먼 길 고주희 / 확장되는 백야 (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
2020.08.11 -
고주희 / 저물녘의 일
고주희 / 저물녘의 일누워서 멀어지는 구름을 보았을 뿐인데눈물이 났다보이지 않는 파동이 긴 고해처럼 흘렀다제지기오름에서 솟구치던 맥박의 떨림가슴을 치고 때리는 나직한 소리바람에 의연한 나무와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나뭇잎들곳곳 마음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감아도 흐르는 얼굴 위를초여름 감기처럼 잠시 멈출 수 있다면이제 정말 다 왔다며 손을 이끄는슬프고 다정한 예감 앞에아무것도 할 수 없어바람 소리 멀어지고나는 지친 새처럼 앓고 있다누군가 급히 길을 내려가고예고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동공에 맺힌 서로의 폭풍을 마주하며이미 젖은 사람의 입술에내 모든 걸 걸었었다 고주희 / 저물녘의 일(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파란, 2019)https://www.instagram.com/do..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