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 저물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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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희 / 저물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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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멀어지는 구름을 보았을 뿐인데

눈물이 났다

보이지 않는 파동이 긴 고해처럼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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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기오름에서 솟구치던 맥박의 떨림

가슴을 치고 때리는 나직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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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의연한 나무와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나뭇잎들

곳곳 마음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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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아도 흐르는 얼굴 위를

초여름 감기처럼 잠시 멈출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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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다 왔다며 손을 이끄는

슬프고 다정한 예감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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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바람 소리 멀어지고

나는 지친 새처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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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급히 길을 내려가고

예고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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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에 맺힌 서로의 폭풍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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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젖은 사람의 입술에

내 모든 걸 걸었었다

 

 

 

고주희 / 저물녘의 일

(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파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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