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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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도서를 구입했을 때가 2017년. 인터넷으로 우연히 「무화과 숲」을 보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 선하다. 당시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읽곤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분들께는 유감스럽다. 어찌 되었건 『구관조 씻기기』를 정독하고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존재'가 5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것. '황인찬' 시인을 뒤늦게 안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오래도록 시를 읽어왔지만 그런 내게 지독할 정도의 자극과 열병을 준 시집이므로, 이 카테고리의 첫 번째 게시물로 선정한다. 평소 '시인의 말' 읽기를 무척 중요시하는데 『구관조 씻기기』에서는 목차 바로 앞에 위치하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목차. 제목이 전체적으..
2021.01.02 -
성윤석 / 밤의 질량
성윤석 / 밤의 질량 밤은 조금 부족한 듯했다. 별들이 떠 있기에는, 이 해안 도시는 너무 작았다. 나는 월요일에만 얘기했고 당신은 화요일만 내밀었다. 역시 밤은 부족했다. 당신과 내가 모두의 슬픔에 고리 모양의 구조를 달 여백이 없었다. 밤이 다시 조금 사라진 듯했다. 없어지는 게 당신의 숨결인지, 공기인지 알 수 없었다. 안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밤의 치마에는 당신의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었다. 슬픔을 방 두 개에 다 채워 넣고 나와 걸었다. 숨고 싶은 슬픔의 치마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밤의 함몰 흉터들을 나는 오래 걷고 있었다. 밤은 다시 조금 부족한 듯했다. 한 장 검은 봉지 같은 밤이었다고 말했다. 성윤석 / 밤의 질량 (성윤석, 밤의 화학식, 중앙북스, 2016) https://w..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