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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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세라핀의 흰 물감 ― 해변에서 잠들기
김복희 / 세라핀의 흰 물감 ― 해변에서 잠들기 아무도 오지 않는 해변이어야 한다 영혼 그녀가 외쳤다 아무도 듣지 않았다 영혼 다시 중얼거렸다 들리지 않았다 먼 미래에도, 지금 우리에게 금지된 것을 원하게 된다면 겨우 먼 미래에 대한 상상이 지금 금지된 것에 대한 갈망으로 지어진 짐승 우리라면 누가 누구를 구경거리 삼는 거지 호기심을 갈망이라고 착각하면서 모르는 것을 향해 깨어나는 것 말고는 할 것 없으면서 신에게 물었다 인간은 무엇이냐고 신이 답했다 네가 무슨 꿈을 꾸느냐고 김복희 / 세라핀의 흰 물감 ― 해변에서 잠들기 (김복희, 희망은 사랑을 한다, 문학동네, 202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09 -
김복희 / 데츠로와 나
김복희 / 데츠로와 나 기계가 아이를 낳지 않아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침묵해도 모든 걸 잊어버려도 우리는 용서한다 뒤에 인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의 영혼이라고 믿기 때문에 기계가 점을 봐줄 수 있다거나 기계가 사주팔자를 가졌다고 믿지 않는다 시골에서는 종종 눈도 뜨지 않은 개나 고양이 새끼들을 어미 몰래 거둬 땅에 묻거나 물에 빠뜨려 죽였다 가끔 갓난애도 이불로 덮어두었다 이웃 나라에서는 그것을 코케시라고 하여 인형을 집에 둔다고 한다 대개 여자애들이다 기계인간이 왜 되고 싶은지 묻기에 질문이 틀렸다고 답했다 김복희 / 데츠로와 나 (김복희, 희망은 사랑을 한다, 문학동네, 202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