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 / 데츠로와 나
2020. 11. 9. 09:23ㆍ同僚愛
728x90
김복희 / 데츠로와 나
기계가 아이를 낳지 않아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기계가 작동을 멈추고 침묵해도
모든 걸 잊어버려도
우리는 용서한다
뒤에 인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이 기계의 영혼이라고 믿기 때문에
기계가 점을 봐줄 수 있다거나 기계가 사주팔자를 가졌다고 믿지 않는다
시골에서는 종종 눈도 뜨지 않은 개나 고양이 새끼들을
어미 몰래 거둬 땅에 묻거나 물에 빠뜨려 죽였다
가끔 갓난애도 이불로 덮어두었다
이웃 나라에서는 그것을 코케시라고 하여 인형을 집에 둔다고 한다
대개 여자애들이다
기계인간이 왜 되고 싶은지 묻기에
질문이 틀렸다고 답했다
김복희 / 데츠로와 나
(김복희, 희망은 사랑을 한다, 문학동네, 2020)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석민재 / 세계는 나중에 구하고 (1) | 2020.11.10 |
---|---|
김복희 / 세라핀의 흰 물감 ― 해변에서 잠들기 (1) | 2020.11.09 |
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1) | 2020.11.05 |
김행숙 / 다른 전망대 (1) | 2020.11.05 |
서안나 / 냉장고의 어법 (1) | 2020.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