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강 / 호숫가 호수 공원
김이강 / 호숫가 호수 공원 죽은 나무 이파리들이 굴러다니는 호숫가를 지나면 식당이 있다고 했다 모자를 쓴 그와 내가 만나 손을 잡고 걷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왜 모자를 썼어? 그냥. 그냥? 아니. 자꾸 머리칼이 어디로 사라지잖아. 나는 그의 손을 만져본다 우리는 손가락들이 겹겹이 늘어나 자라는 것 같다 걸어도 호수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는 호숫가 호수 공원 여길 지나면 식당이 있는 거지? 응. 울타리를 둘러 가면 천천히 보인댔어. 우린 천천히 손잡고 천천히 걷는다 여기 어쩐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내가 어깨를 움츠리자 그도 어깰 올린다 햇살이 털실뭉치처럼 굴러다니는 구역으로 접어들었다 그의 얇은 몸이 이파리처럼 걷고 있는데 머리카락이나 바람이나 깃털..
2020.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