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지 「기침」
1 앉아 무릎을 감싸면 팔 안쪽에서 웃자라던 차가운 언어들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삼켜야 하는 기침처럼 서둘러 지운 다짐들을 혼자 손끝으로 몰래 닦아보면 따뜻한 비가 우리의 온도와 맞는다는 인사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고 사람들이 실은 아름다운 것을 늘 사랑했다는 기침 같은 고백일 수 있겠다 단지 어느 너머에 발 디딘 날 2 가장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누가 봤을까봐 세계를 기웃 보며 서둘러 기분을 잃어버렸다고 미안하다고 한 번쯤 말해줘야 할 내가 많은 꿈에 있다 그늘에서 마르지 못한 기분이 기침으로 나왔다고 고백해도 좋다면 그런 낮에는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웃는 아이의 얼굴이 신 같았다 김향지,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문학동네, 2021
2021.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