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 다른 전망대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를 다른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당신의 전망대가 무너졌다고 탄식하기로 합시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감았는지 온 세상이 다 캄캄해졌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이라면, 불의 군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니다. 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1914년, 현대문학,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