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 다른 전망대
2020. 11. 5. 09:04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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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다른 전망대
저 나뭇가지에 앉은 까마귀를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 앉은 까마귀를 다른 전망대라고 생각해봅시다.
당신의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당신의 전망대가 무너졌다고 탄식하기로 합시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얼마나 많은 눈동자들이 한꺼번에 눈을 감았는지 온 세상이 다 캄캄해졌습니다.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처럼 활활 타고 있습니다.
불이라면, 불의 군주라고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서울의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불빛에 도취한 연인의 독백이 독재자의 것처럼 느껴져 나의 사랑이 무서워졌습니다.
김행숙 / 다른 전망대
(김행숙, 1914년,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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