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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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일 / 최선을 다해 하루 한번 율동공원 돌기
김중일 / 최선을 다해 하루 한번 율동공원 돌기 아버지 공원이라도 좀 도세요. 어머니도 이제 건강을 생각하세요.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네 어머니를 신경 써라, 우울증이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설거지를 했고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부엌으로 걸어가 어머니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보석함 속의 청혼 반지. 아버지는 푸른 옥빛 상자를 열듯 주름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어머니 이마를 열고 누런 금반지를 꺼내 내게 건넸다. 봐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 지구에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도 지구라는 고장난 낙하산이 우주의 길바닥에 터진 풍선처럼 떨어져 있다...
2020.08.24 -
양안다 / Parachute
양안다 / Parachute 내가 옥상 문을 열었을 때 너는 난간에 서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볼 수 있을까? 세계의 반대편을." "어떻게?" "땅속 깊은 곳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뒤에서 너를 끌어안았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내가 펼쳐지려고 며칠 전에는 너에게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었지 나는 너를 조율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다 가능하면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우리가 망가진 채로 서로를 연주하면 비명을 듣게 될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너의 뒤를 안고 있다 나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너는 고장 난 낙하산을 메고 땅속 깊이 박힐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꿈에서 우리는 추락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저 사랑한다고, 사..
20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