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Parachute

2020. 6. 1. 23:46同僚愛/양안다

728x90


양안다 / Parachute

내가 옥상 문을 열었을 때 너는 난간에 서 있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볼 수 있을까? 세계의 반대편을."

"어떻게?"

"땅속 깊은 곳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뒤에서 너를 끌어안았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내가 펼쳐지려고

며칠 전에는 너에게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었지 나는 너를 조율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다 가능하면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우리가 망가진 채로 서로를 연주하면 비명을 듣게 될까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너의 뒤를 안고 있다 나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어쩌면 너는 고장 난 낙하산을 메고 땅속 깊이 박힐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꿈에서 우리는 추락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는 말만 반복하였다

머리가 으깨질 때까지

반복하였다

 

 

 

양안다 / Parachute

(양안다, 숲의 소실점을 향해, 민음사, 2020)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