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 미신
이병률 / 미신 필명을 갖고 싶던 시절에 두 글자의 이름 도장도 갖고 싶어 도장 가게에 가서 성과 이름을 합쳐도 두 글자밖에 인 되는 도장을 파려고 하는데 돈을 적게 받을 수 있느냐 물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여백을 파내야 하는 수고가 있으니 오히려 더 받아야겠다는 도장 파는 이의 대답을 들었다 다 늦은 그날 밤 술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잔만 더 마시면 죽을 수도 있고 그 한 잔으로 어쩌면 잘 살 수도 있겠다 싶어 들어간 어느 포장마차에서 딱 한 잔만 달라고 하였다 한 잔을 비우고 난 뒤 한 병 값을 치르겠다고 하자 주인이 술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당신이 취하기 위해 필요한 건 한 잔이 아니었냐며 주인은 헐거워진 마개로 술병을 닫았다 바지 주머니엔 도장이 불룩하고..
2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