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에코백」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린다 커피향이 고소하다 불에 볶은 과테말라, 케냐, 오악사카산 원두 수익의 일부는 정당하게 현지에서 일하는 농부들에게 돌아간다 많이 살수록 할인율은 높아진다 최저가의 최저가 에코백은 덤이다 담배 있어요? 역 광장을 돌며 담배를 구걸하던 남자가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다 보이지 않는 구석에, 그러나 너무도 쉽게 눈에 띄는 한국이 싫다며 외국을 전전하던 친구는 이제 세상에서 서울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한다 돈만 있다면 이렇게 편한 나라가 어딨어? 멕시코시티에서 총에 맞아 죽은 아이를 봤어 모르몬교 백인을 향한 증오범죄였는데 해변에서 먹었던 토르티야는 정말 매웠지 실컷 떠들다가 친구는 기념품으로 샀다는 핸드메이드 에코백을 건넨다 착한 소비는 가난한 ..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