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 버드맨
김정진 / 버드맨 줄곧 날개였던 뼈는 더이상 날개이기를 그치고 어깨가 된다 이름이 예뻐서 외웠던 나무는 자라보니 어느새 멸종한 뒤여서 내 눈꺼풀 속 밤하늘에는 웬일로 별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방문을 열면 거기엔 이름도 예쁜 네가 있고 창문틀에 앉아 햇볕 쬐는 고양이가 있고 눈이 부신 고양이는 오도카니 빛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타워는 유명해진다지 하늘이 수면(水面)처럼 일렁이면 무력감에 침몰한 마음들이 도리 없이 많이도 떠올랐다 해바라기 전부 쓰러진 해바라기 동산에는, 숨을 곳이 없는 해바라기 동산에는 빛을 운구해 가는 새들의 행렬이 그와 같이 이어지고 그 탓에 저녁은 석양도 없이 희게 몰려와 옥상 위에 정박한다 나무에게 남은 게 이름뿐이라도 계절이 되면 잎이 돋..
2020.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