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 버드맨

2020. 7. 17. 17:55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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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진 / 버드맨

줄곧 날개였던 뼈는 더이상 날개이기를 그치고 어깨가 된다 이름이 예뻐서 외웠던 나무는 자라보니 어느새 멸종한 뒤여서

내 눈꺼풀 속 밤하늘에는 웬일로 별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방문을 열면 거기엔 이름도 예쁜 네가 있고 창문틀에 앉아 햇볕 쬐는 고양이가 있고

눈이 부신 고양이는 오도카니 빛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뛰어내리는 사람이 많을수록 타워는 유명해진다지 하늘이 수면(水面)처럼 일렁이면 무력감에 침몰한 마음들이 도리 없이 많이도 떠올랐다

해바라기 전부 쓰러진 해바라기 동산에는, 숨을 곳이 없는 해바라기 동산에는 빛을 운구해 가는 새들의 행렬이 그와 같이 이어지고

그 탓에 저녁은 석양도 없이 희게 몰려와 옥상 위에 정박한다

나무에게 남은 게 이름뿐이라도 계절이 되면 잎이 돋고 떠나갔던 것들 돌아오는 모양이라 조금은 미련을 남겨두어도 괜찮아서 좋다

좀처럼 집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너의 생활 반경은 단막극의 배경인 듯한 장소에서 완성이 되려고

어깨였던 뼈는 더이상 어깨이기를 그치고 가지가 된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름을 외운 나무의 이름이 어느 날엔 죽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빛 조각을 물고 날아가던 새의 깃털이 네 주변에 희게 쌓인다

몸이 가렵다

살이 돋는다

꽃이

피려나보다

 

 

 

김정진 / 버드맨

(구현우 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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