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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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 전염병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 죽은 쥐가 지금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 아니. 나로부터 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 끈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침이 가득 고인 입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독을 먹은 게 내가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니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이런 슬픈 사연이란 무엇일까. 정녕. 나에게 있는 그 아니면 쥐. 열이 있는 그 아니면 쥐. 체온을 유지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1 -
황인찬 / 독개구리
황인찬 / 독개구리 내가 잡아온 독개구리 한 마리 예쁘다 개골거린다 죽은 척 가만히 있는다 만지면 독이 오른다 그런데도 나는 잡아왔지 손이 퉁퉁 부었다 저녁이 오는 것을 나는 본다 검은 두 눈으로 내가 어제 접어 놓은 시집에는 개구리가 없다 청개구리는 독이 없다 아프리카 독개구리의 독은 극소량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다 이곳에는 생활이 없다 방바닥에 들러붙은 마사지 오이가 말랐다 뜨끈한 기운이 올라온다 독개구리가 먹는 것은 산 것뿐이다 사위가 어둡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았다 밀린 일을 생각하고 옛 애인을 생각하다 읽던 시가 생각나 시집에 손을 뻗다 책상 위에 앉은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극소량의 공포를 느꼈다 황인찬 / 독개구리 (황인찬, 구관조 ..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