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독개구리
2020. 2. 28. 20:37ㆍ同僚愛/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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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독개구리
내가 잡아온 독개구리 한 마리 예쁘다 개골거린다 죽은 척 가만히 있는다 만지면 독이 오른다 그런데도 나는 잡아왔지 손이 퉁퉁 부었다
저녁이 오는 것을 나는 본다
검은 두 눈으로
내가 어제 접어 놓은 시집에는 개구리가 없다 청개구리는 독이 없다 아프리카 독개구리의 독은 극소량으로 인간을 죽일 수 있다 이곳에는 생활이 없다
방바닥에 들러붙은 마사지 오이가 말랐다 뜨끈한 기운이 올라온다 독개구리가 먹는 것은 산 것뿐이다
사위가 어둡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았다 밀린 일을 생각하고 옛 애인을 생각하다 읽던 시가 생각나 시집에 손을 뻗다
책상 위에 앉은 그것을 보았다
나는 극소량의 공포를 느꼈다
황인찬 / 독개구리
(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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