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 카오스모스
이혜미 / 카오스모스 건기의 끝자락에서 목마른 손톱이 서걱거렸다 열두 개의 주관적인 매듭으로 아침을 엮고 동그란 표정의 소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서정적으로 월경일만을 기다렸다 그늘이 한 뼘씩 위태롭게 쌓여갔고 암순응보다 어려운 것은 완벽한 손나팔을 만들어 저 멀리 날개를 터는 새들을 부르는 일 나무딸기가 침묵하는 대신 민소매 소녀들의 입속이 더 붉어졌다 가여운 소년들 동산을 잃어버린 소녀들은 구름을 찢어 신고 걸음을 아껴 걸었으나 서로가 쓴 손가락 권총을 맞고 줄지어 쓰러져갔다 번식에 대한 묘사는 모두 봉인되었다 바람개비만이 남아 폭풍을 다급히 의역하는 시간 무너진 동산에서 도돌이표들이 일제히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혜미 / 카오스모스 (이혜미, 보라의 바깥, 창비, 2011) ht..
2020.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