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 카오스모스
2020. 7. 1. 14:27ㆍ同僚愛/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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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 카오스모스
건기의 끝자락에서 목마른 손톱이 서걱거렸다
열두 개의 주관적인 매듭으로 아침을 엮고
동그란 표정의 소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서정적으로 월경일만을 기다렸다
그늘이 한 뼘씩 위태롭게 쌓여갔고
암순응보다 어려운 것은 완벽한 손나팔을 만들어
저 멀리 날개를 터는 새들을 부르는 일
나무딸기가 침묵하는 대신
민소매 소녀들의 입속이 더 붉어졌다
가여운 소년들 동산을 잃어버린 소녀들은
구름을 찢어 신고 걸음을 아껴 걸었으나
서로가 쓴 손가락 권총을 맞고 줄지어 쓰러져갔다
번식에 대한 묘사는 모두 봉인되었다
바람개비만이 남아 폭풍을 다급히 의역하는 시간
무너진 동산에서 도돌이표들이 일제히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혜미 / 카오스모스
(이혜미, 보라의 바깥, 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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