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니 / 계피의 맛
이제니 / 계피의 맛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시며 너를 생각한다 몇 마리의 개가 거리 끝에서 거리 끝으로 달려간다 아네모네라는 말이 좋아 아네모네 꽃이 좋았다 손목시계는 손목에서 천천히 낡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수요일이고 화요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됐던 말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동트는 새벽의 닭 울음 같은 것이 듣고 싶었다 어디 아픈 데는 없니 하면서 우는 희고 큰 닭 이제 죽고 싶지는 않니 하면서 우는 희고 큰 닭 꿈속에 두고 온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꿈속으로 가려면 나는 조금 늙어야만 한다 얼마간의 잠이 필요하고 얼마간의 망각이 필요하다 지난밤 너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 계피의 맛 너를 보려고 눈을 감으면 다시 한 번 계피의 맛 몇 개의 창문이 열리고 몇 개의 꽃이..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