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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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이 / 아파트
박송이 / 아파트 닥치는 대로 혼자가 될 때 혼자 있는 것들과 눕고 싶을 때 누울수록 깊어지면서 우리는 그곳을 갯벌 빛이라 불렀다 그러나 우리가 단 한번이라도 서로의 속살이 된 적이 있을까 우리는 말놀음이나 할 줄 알지 빈 조개껍데기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기르던 발톱을 버린 갯벌 밭에서 호주머니에 나란히 누워 속살이 열리기 전까지 바깥은 그저 문이다 박송이 / 아파트 (박송이, 조용한 심장, 파란,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30 -
박준 / 발톱
박준 / 발톱 중국 서점이 있던 붉은 벽돌집에는 벽마다 죽죽 그어진 세로균열도 오래되었다 그 집 옥탑에서 내가 살았다 3층에서는 필리핀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여 밥을 해먹었다 건물 2층에는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모이는 당구장이 있었고 더 오래전에는 중절수술을 값싸게 한다는 산부인과가 있었다 동짓달이 가까워지면 동네 고양이들이 반지하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 먹다 남은 생선전 같은 것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면 어미들은 그새 창밖으로 튀어나가고 아비도 없이 자란 울음들이 눈을 막 떠서는 내 발목을 하얗게 할퀴어왔다 박준 / 발톱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5.03 -
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멀리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를 때 나는 슬픈가 나는 위안이 필요한가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주 조금 호랑이, 그것은 나만의 것 따뜻하고 보드랍고 발톱이 없는 것 살고 있나요 묻는다면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나는 아주 조금 살고 있어요 내 머릿속은 반은 쑥색이고 반은 곤색이다 쑥색과 곤색의 접합점은 성홍열 같은 선홍색 열두살 이후로 농담이 입에 배었다 옷에도 머리카락에도 손톱 끝에도 주황색 양파자루 속엔 어제의 열매들 양파가 익어가는 속도로 너는 울었지 눈을 감아도 선홍색이 보이면 다시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호랑이 너무나 멀리 있지만 아마도 이미 아프리카 나는 하룻밤 사이에도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 이제니 / 아마도 아프리카..
2020.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