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효 / 불청객들
조원효 / 불청객들 애인은 자주 손목을 그었다 고독한 여왕처럼 아침이면 나와 식탁에 마주 앉고. 철제 갑옷도 맞춰 입고. 빳빳하게 굳은 손목으로 체스를 두었다. 체스 판이 입을 벌린다. 왜 그렇게 혀를 날름거리니. 소매 틈으로 피가 흐르니까. 벽난로가 불타오른다. 창문에 부딪힌 새 떼가 자꾸 같은 패턴으로 죽는다 문 앞에 손님이 벨을 눌렀다. 경찰이야. 잘 부탁해. 나는 바게트 빵에 대해 생각하고 영국의 궁전에 대해 말할 줄 알아. 나쁜 피를 흘렸지만 구체성은 없어. 그녀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서 체크 메이트 해가 지면 체스 판이 작아진다. 화분에 놓인 돌이 간신히 호흡한다. 네가 비숍을 움직일 걸 알아.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내가 작은 나라의 왕이라고 말했다. 몸을 일으켜..
202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