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샴토마토』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내가 유일하게 토마토를 먹지 못해서) 유독 눈에 띄었던 시집 『샴토마토』. 당시 잘 알지 못했던 파란 시선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시인 '김하늘'. 성별을 알 수 없는 기묘한 문장들 속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퇴폐미가 과즙처럼 뚝뚝 묻어나길래, 나는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읽었었다. 이후 곧장 모바일로 주문까지. 이건 꼭 내 서재에 꽂혀 있어야만 해 하며. 내가 진정 쓰려고 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언젠가 퇴폐적이라는 말을 참 사랑했는데.이따금 『샴토마토』를 읽으면 나는 여전히 그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날은 내게 너무 강렬히 배어 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으로 안부도 건넬 수 있는 사이. 뭐랄까 나를 대변해 주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과 이야기 속에..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