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 부서진 사월*
신철규 / 부서진 사월* 시계첨에 매달린 인간들이 땅을 보며 걷는다 어젯밤에 썼던 콘돔은 튼튼한 것이었을까 일본 원전을 덮어씌운 콘크리트는 안전한 것일까 어제 명함을 주고받은 사람이 오늘은 당신을 모른 체하고 지나간다 바닥에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포개졌다가 흩어진다 잠시, 괴물의 형상이 되었다가 딱딱한 혼자가 된다 빈혈에 시달리는 가로수들 나뭇잎의 뒷면에서 어둠이 뚝뚝 떨어져 나무 밑동에 고인다 저 멀리서 온통 눈물로 젖은 얼굴이 걸어온다 그의 자식이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의사에게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것일까 그는 자신의 눈앞에 시시각각으로 닥쳐오는 불행들을 손으로 걷어내려는 듯 양팔을 휘저으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가 내 곁을 지나갈 때 나는 눈을 감았다 그..
202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