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 먼지색 입술에 입맞추네
김연아 / 먼지색 입술에 입맞추네 한 사내가 달을 지고 검은 산을 내려간다 밤은 아름답고 멀리서 죽어가는 소리들 나의 내부에선 음악이 멈추었다 내 그림자를 보려고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너무 많은 환각이 나를 갉아먹었다 이 몸의 원시적 발성은 어디서 오는 건가 오늘 언어란 뿌리를 잘못 내린 울음 같아 어떤 진동도 섬광도 없이 당신이 내 안에 스며들어 오고 당신의 아버지의 어머니가 스며들어 오고 나는 그 모든 나이와 함께 있다 연인의 과거를 노래하는 여인처럼 당신의 입술은 잠시 열렸다가 닫혔다 서쪽으로 몰려가는 청회색 구름 같은 암브로시아 성가 흩뿌려진 하얀 재 당신은 삶과 죽음의 숙명적인 쌍 밖으로 표류한다 당신이 타고 있는 배는 아무 데도 없는 곳을 맴돌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202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