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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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어젯밤 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떠났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네 시간을 달려 새벽이라고 부르는 시간에 도착했어. 나는 새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 안녕, 새벽.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멀리서 파도 소리가…… 민박집 주인이 손전등을 준비해 오라고 했어. 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답니다. 양배추밭 사잇길로 어둠을 쏘아보며 씩씩하게 걸어오세요. 검은 고양이 같은 어둠에 대해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손전등으로 어둠을 비추니 내가 들킨 것처럼 으스스했어. 아, 안녕 어둠.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파도 소리가 멀어졌다 멀어졌다 가까워지네…… 왜 내게 인사도 하지 않는 거니? 네가 말했지. 글쎄, 나는 마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그..
2020.11.05 -
안희연 / 시간의 손바닥 위에서
안희연 / 시간의 손바닥 위에서 "다녀갔어." 그렇게 시작되는 책을 읽고 있었다 누가 언제랄 것도 없이 덩그러니 다녀갔다는 말은 흰 종이 위에 물방울처럼 놓여 있었고 건드리면 톡 터질 것처럼 흔들렸다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문밖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일기예보를 통해 날씨를 예견하듯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미래가 궁금하지 않다며 문을 닫았다 탁자 위엔 읽다 만 책이 놓여 있고 내가 믿을 것은 차라리 이쪽이라고 여겼다 책을 믿는다니, 나는 피식 웃으며 독서를 이어갔다 "수잔은 십 년도 더 된 아침 햇살을 떠올리며 잠시 울었다." 나는 십 년도 더 된 햇살의 촉감을 상상하느라 손끝이 창백해지는 줄도 모르고 잠시란 얼마나 긴 시간일까 생각하느라 방..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