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5. 09:30ㆍ同僚愛
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어젯밤 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떠났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네 시간을 달려 새벽이라고 부르는 시간에 도착했어. 나는 새벽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 안녕, 새벽.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멀리서 파도 소리가……
민박집 주인이 손전등을 준비해 오라고 했어. 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답니다. 양배추밭 사잇길로 어둠을 쏘아보며 씩씩하게 걸어오세요. 검은 고양이 같은 어둠에 대해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손전등으로 어둠을 비추니 내가 들킨 것처럼 으스스했어. 아, 안녕 어둠.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파도 소리가 멀어졌다 멀어졌다 가까워지네……
왜 내게 인사도 하지 않는 거니? 네가 말했지. 글쎄, 나는 마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그렇지만 이제 인사를 할 수 있네. 안녕.
바닷가 마을도 아닌데 파도 소리가 심장 고동처럼 부서지네……
어젯밤 나는 마지막 기차를 타고 너를 떠났네. 마지막 기차에 대해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네. 마지막 기차도 모르면서 "이게 마지막이야" "이게 마지막이야" 백날을 말하다가 불쑥 기차를 탔지. 빨래를 걷어야 한다며 기차 타고 떠났어* 빨래를 널어야 한다며 기차를 타고 떠나는 거야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이유 같은 게 한 번쯤 우리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어딘가 빨아둔 옷이 있을 텐데…… 이게 마지막일까? 이게 마지막이겠지?
안녕, 새벽.
안녕, 어둠.
민박집에서 깜박 잠들었다가 아침을 맞았어. 양배추밭 너머 바다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마을이었어. 나는 이곳이 바닷가 마을인 줄도 몰랐네. 그리고 바닷가 마을의 아침에 대해서도 나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안녕, 바닷바람.
그리고 안녕, 아침.
김행숙 / 이별여행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 양준일 작사, 「Fantasy」.
(김행숙,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문학과지성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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