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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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이원하 / 나를 받아줄 품은 내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점심 먹을 시간이 왔고 내일모레 그가 와요 부탁할 건 없고 내일모레 그가 와요 실랑이도 함께 와요 수국의 성대를 잡고 꺾으면 수국이 울고 우는 수국으로 꽃병을 찌르면 그가 좋아해요 꽃병을 찌르다가 수국 대신 내가 울고 싶은데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내일모레와 동시에 그가 왔고 준비한 수국을 꺼내려 하는데 그의 팔꿈치에 이미 수국이 펴 있어요 그는 살아요 매년 혼자서 잘 살아요 수국도 내가 참견 안 했으면 잘 살았을 거예요 혼자서 잘 사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바로 내가 울게 되는 지점이에요 나도 나 없이 살아지죠 살아지지만 그럴 경우 교접하지 못하는 두 개의 안녕 때문에 발목에 ..
2020.12.05 -
이원하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저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저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
2020.03.02